2020-10-07 20:00  |  정책

[심층진단①]원격교육, 교육격차 심화시키는가

[글로벌A 노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는 기존에 존재하던 격차를 더 벌리는 효과가 있다. 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의 공적인 대응은 최소한의 것을 고르게 제공하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다.

경기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한 저소득 근로자 가정이나 근근이 폐업을 면하며 유지해온 영세자영업자 가정의 경우 저축을 통해 버티거나 자산소득 등 다른 소득원에 기댈 수 없어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원격교육은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처럼 보다 다양한 계층과 확대된 지역에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오픈코스웨어(OCW) 등으로 무료 공개되는 세계 명문대학의 좋은 동영상 강의들도 양질의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지구촌의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허물 수 있는 원격교육의 장점이 반드시 교육 격차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오프라인 수업을 받아왔던 초중등교육에서 전면적인 원격교육의 실시는 학습이 진행되는 시간과 공간 측면에서 학생 간의 환경적 차이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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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공교육을 넘어 사교육을 통해서도 교육 격차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학기에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받는 동안에도 영리 목적의 학원과 개인 과외 등 사교육은 오프라인수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머물게 됨에 따라 가정의 학습 지원 여부가 원격교육의 학습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례로 학부모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전화 설문조사(2020월 4월 29~30일) 결과에 따르면 원격수업 기간 중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가정 내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 부족(49%)이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는 접속 지연 등 원격수업 오류 발생 시 즉각 해결 어려움 (23%), 과제 과다로 수행 부담 발생(10%), 가정 내 스마트기기 부족(3%), 데이터 사용료 및 통신비 부담(1%) 등의 순이었으며,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로 나타났다.

온라인학기에 집에 있는 학생이 게임이나 유튜브, TV 시청, 과다한 수면 등에 빠지지 않고 원격수업에 잘 참여하면서 학습을 이어가도록 이끌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된 것이다. 특히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생계와 돌봄을 함께 감당할 여력이 없는 가정 등일 경우 어려움이 클 것이다.

지역의 돌봄 센터나 공부방 등 지역사회의 도움도 받기 힘든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아이가 집에서 생활 리듬이 망가지고 학습과 멀어진 채 방치될 위험이 더욱 높다.

보호자뿐 아니라 교사 입장에서도 원격수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교사 22,894명이 참여한 2020년 4월 27~29일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으로 학생 출결 확인및 수업 참여 독려(56.6%)가 제일 빈번하게 지적되었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집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비율로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 하는 결과이다.

팬데믹은 공교육을 넘어 사교육을 통해서도 교육 격차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학기에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받는 동안에도 영리 목적의 학원과 개인 과외 등 사교육은 오프라인수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미 인터넷강의 등의 경험을 가진 학원은 발 빠르게 온라인 사교육 체제로 전환하여 학교에 보내지 않아 시간이 늘어난 기간 중에 사교육에 더욱 열을 올리려는 학부모들의 수요에 부응했다.

사교육 업체의 온라인강의에 대한 수요가 팬데믹 상황에서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집에서 학원과 학교의 온라인수업 콘텐츠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공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2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일부 확인되겠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사교육의 계층 간 격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관리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교육 격차가 커진다는 증거는 정책 변화로 일어난 일종의 자연실험 상황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일본에서 학생들에게 여유를 주는 ‘유토리’ 교육이 2002년에 본격 도입되면서 토요일 학교 수업이 없어지고 수업 일수가 줄자 계층 간의 교육 격차는 커졌다. 수업 일수 감소 이후 9학년 학생의 학습 시간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은 110%나 커졌고, 10학년 학생의 읽기 시험 성적에 대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도 20%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교과수업을 단축하고 시험을 없앤 자유학기제의 시행 과정에서 해당 학기중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이 확대되어 계층간 교육투자의 격차가 커진 것이 발견되었다. 중산층 이하 가구에서 시험이 없는 학기에 교과 공부가 느슨해진 데 반해, 고소득 가구에서는 특목고, 나아가 명문대 진학을 염두에 둔선행학습 사교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게 창의성이 발휘될 여유를 주거나 자아탐구 및 진로탐색을 위한 체험 기회를 주는 것은 공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입시에서 교과 중심의 학습량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교육을 통한 교과 학습이 줄어들 때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사교육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계 소득이 위축되고 근간의 집값 상승으로 부의 격차도 커졌을 상황에서 계층 간 사교육비 지출 능력의 차이도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요컨대 원격교육 상황에서는 개별 학생에 대한 공교육의 학습 효과가 오프라인수업 때보다 부모의 자녀 생활관리와 학습지도 여력 등 가정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또한 개인과 가정의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이 시간이 일부 계층에게 온오프라인 사교육 증가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볼 때,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층간 교육 격차는 커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자료:교육부(2020. 5. 8). 원격교육 실태조사.
김희삼(2020a). 격차사회 극복을 위한 기초학력보장 정책의 방향. 사회보장연구. 제36권 제2호.
박윤수(2018). 자유학기제가 사교육투자에 미친 영향. KDI정책포럼. 한국개발연구원.

노현지 기자 news@globa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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