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3 23:50  |  외국어

[북리뷰]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

[글로벌A 김태운 기자] 대한민국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이다. 앞으로 오랬동안 한국어 사용이 계속되겠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대한민국의 언어환경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올랐다. K팝과 한류 문화 등으로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세계인들의 쇄도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농어촌을 중심으로 이민가정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는 셈이다.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이자 초대 총리인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싱가포르의 영국 식민지와 일본 점령지 경험을 통해 다민족·다문화 사회에서 언어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또, 싱가포르 건국 후 적지 않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를 이중언어 사용 국가로 변모시켜 나가는 과정과 이후의 평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중언어 정책은 바벨탑이 무너진 이후 국가권력이 국민들의 언어 문제에 개입하여 성공시킨 세계사적으로 전례 없는 케이스이다.

리콴유 전 총리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가 싱가포르를 이중언어 사회로 만들어야겠다고 결단하게 된 이유가 있다.

언어 문제는 인간의 감정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언어 정책 성공의 열쇠는 국익과 국민 정서 사이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싱가포르는 이런 균형을 맞추기 위해 50년 이상 정책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를 반복해 왔다. 현재도 정책 조정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갖은 난제들을 극복하며 이중언어 정책을 관철해 냈고 결국 현재 모든 싱가포르인들은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원초적인 수단으로서 언어가 하는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관계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모든 사회적 관계는 언어를 통해 유지된다.

싱가포르의 언어 정책은 드센 이웃국가들의 틈바구니에서 도시국가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산물이다. 따라서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는 언어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학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지는 사료이다.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는 언어 교육에 관해 한국인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다.

첫째, 한국인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어는 한국어이므로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에서 온전하게 생존할 수 없다. 언어는 가치를 담아내는 수단이므로 한국어를 올바르게 구사해야만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귀화 한국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사회 내 갈등이 줄고 국가가 통합이 된다. 싱가포르는 정치적인 이유로 민족에 상관없이 영어로만 제도권 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회 전반에 영어를 사용하는 풍토를 조성했다. 싱가포르인들은 영어로 생존해 나가고 있다.

둘째, 외국어를 잘하려면 어려서부터 몰입하여 배워야 한다. 영어를 영어로 배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외국어는 주 언어를 통해 배우되 뇌가 굳기 전 어렸을 때부터 꾸준하게 배워야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두 언어를 가르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제2언어 과목이 아닌 일부 과목도 제2언어로 가르친다. 또한 영어를 비롯하여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제2언어들은 싱가포르에서 공용어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각 언어마다 언론 및 방송, 도서관, 영화 등의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만이 이중언어 구사 인재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이민자의 자녀들과 다문화 배경을 가진 자녀들에 대한 이중언어 교육은 수월성 교육의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수외국어 구사 인재로 육성하기에 좋은 토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선천적으로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 역시 잠재적 이중언어 구사자들이다. 언어 능력은 지능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발굴해 내고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맞춤형 언어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한국은 열강들 사이에 끼어있는 분단국가로서 세계화 시대를 헤쳐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잠재적인 언어 인재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국가의 역량과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처럼 이중언어 상용국가가 될 필요는 없다. 수많은 현실의 제약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언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물론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리콴유가 전하는 이중언어 교육 이야기'는 한 나라가 50년 넘게 경험을 통해 축적한 국민의 언어 사용에 대한 국가 개입의 메커니즘과 그에 따른 최상의 결과물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태운 기자 kimty@globa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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