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06:30  |  종합

[스웨덴교육②] ‘라곰’ 문화..."사람마다 다르다"

[글로벌A 김태운 기자] 스웨덴 단어 ‘라곰(Lagom)’은 사전적 의미로 ‘적당한’, ‘딱 알맞은’으로 해석된다. 더 넓게는 ‘균형이 잡힌’, ‘완벽하고 간단한’, ‘금액이 적합한’ 등 다양한 상황에 변형 되어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어를 다른 언어로 해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한다.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여러 다른 상황에 널리 쓰이기 때문에 이와 정확히 상응하는 단어로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라곰은 단순히 단어를 넘어선 스웨덴 사회와 사람들의 오래된 철학이자 삶의 근간, 또는 고유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라곰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기원을 보면 바이킹 시대의 풍습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민속 어원학에서는 라곰은 ‘Laget om’, 즉 ‘팀을 둘러싼(Around the team)’이라는 단어의 축약형으로서 바이킹들이 모였을 때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사람들이 한 잔의 술을 나눠 마시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각자 적당한 양만 마시고 다음 사람 에게 술을 넘겨야 공평하게 나눠 마실 수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전으로 전해지는 라곰 단어에 대한 기원 이외에도 라곰 정신과 문화가 형성된 데에는 스웨덴의 지리적, 역사적 특징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스웨덴은 북극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과 산이 많은 지형 등 열악한 자연적 환경과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과거 이러한 환경적 요소들의 열악함을 인지한 스웨덴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강력한 국가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는 한편 18세기 자유주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웨 덴에도 자유주의가 확산되었다.

이 시기에는 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의 생활양 식이 널리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스웨덴에서는 강한 국가 공동체 의식에 기반을 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다.

강한 국가 공동체와 개인주의적 생활양식. 두 가지 상치되는 개념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 간의 평등이 사회 이념으로 보장되어야 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평등한 관계를 통해 국가 공동체는 유지될 수 있었다.

스웨덴 사회에서 개인주의 문화와 평등주의, 그리고 사회적 결속력은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것이 스웨덴의 합리적 중용 정신, 라곰인데 이때 라곰은 타인과 공동체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만의 ‘알맞은’ 최적의 지점을 찾는 것, 삶의 궁극적인 균형을 추구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라고 할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라곰을 통해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이 두 가지 상치되는 개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정착될 수 있었다. 또한 이 점이 다른 나라의 경제, 사회 체제와 차별화된 스웨덴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곰은 실제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라곰은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라곰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격식을 갖추어 존중을 표해야 하는 예의 사이, 개인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과 타협과 합의를 통해 공공연한 갈등을 피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를 반영한다.

스웨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 ‘Lagom är bäst(라곰이 가장 좋다)’는 ‘덕은 중간 지점에 있다’는 의미이다. 평범한 삶 속에 라곰은 무리에서 너무 어색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누군가와 다르고자 하는 역설적인 개인의 욕망을 담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라곰은 스웨덴 고유의 팀 성공을 위한 철학인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라는 이중 철학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과 대조적인 문화를 가진 북미 에서 강조되는 개인주의 문화는 팀 목표를 희생시키는 반면 그와 반대인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개인이 가지는 관점이 평범해질 수 있다. 팀은 개인으로 구성되며 이러한 개인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면 팀도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팀의 성과를 평가할 때 팀원 10명 중 9명의 실적이 저조하면 목표를 달성하거나 능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결과는 모든 사람이 동일하고 최적의 수준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팀의 각 개인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웨덴 회사에서는 직원들 스스로가 팀의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을 편안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스웨덴의 직장 문화는 대부분의 직원과 감독자 사이의 관계에 격식이 없고 그들 사이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 라곰 정신의 출발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소속된 그룹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참고자료:조수영 이성원(2018).스웨덴 ‘라곰 라이프’의 교육적 함의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교육정책네트워크 세계교육정책 인포메이션
Åkerström, Lola A.(2017). 라곰Lagom: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Lagom: The Swedish Secret of Living Well]. (하수정 역). 서울: 웅진지식하우스. (원전은 2017에 출판)
Barinaga, E.(1999). Swedishness through lagom. Can words tell us anything about a culture. Stockholm: Centre for Advanced Studies in Leadership.
노명환(2009). 역사를 통해 본 스웨덴 기업문화의 특징. 국제지역연구, 12(4), 141-161.
Williams, K. & Devine, K.(2005). In focus/leadership styles: If it's lagom, this must be Sweden. Leadership in Action: A Publication of the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and Jossey‐Bass, 25(3), 19-20.

김태운 기자 kimty@globa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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